독서 일기 - 내이름은 콘래드, 신들의 사회 by Eneria

- 내이름은 콘래드, 신들의 사회를 시작으로 로저 젤라즈니 시리즈를 읽기 시작. 내가 왜 이걸 여태까지 안 읽었지;

내이름은 콘래드의 경우에는 원제가 Immortal이고, 제목 그대로 콘래드라는 이모탈(일단 불사는 불사니까)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다. 마초이즘 이러면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던데, 스타쉽 트루퍼스라도 보고 오시길.

사실 그다지 재밌지는 않았다. (...) 주인공은 하드보일드 소설에 나오면 딱 어울릴 것 같은 나름 매력있는 캐릭턴데, 이야기 전개가 안 맞았던 걸까; 여튼 좀 특이한 점을 뽑아보자면 여기저기에 신화적 요소들이 차용된다는 점일까? 이건 여태까지 읽은 거의 모든 젤라즈니 시리즈에 있는 걸 봐서 이 작가 특징인 듯 싶고-_-;

대신 책 뒤쪽에 붙어 있던 단편 '프로스트와 베타'를 재밌게 읽었다. 한줄 요약하자면 인간이 사라지고 하늘의 솔컴과 땅의 디브컴이 서로의 우선권을 주장하며 싸우는 시대에, 인간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북반구의 지배자이자 솔컴의 부하 프로스트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 자체도 매력적이고, 뭣보다 대사로부터 인간과 로봇의 차이가 확연히 들어나는게 좀 짱인 듯.

월-E를 안 봐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서도, 여기서 모티브를 얻은 건 확실해 보인다. 재밌게 본 사람은 한번쯤 이 단편도 볼 것.

머나먼 곳에서, 밤과 아침과
열두 방향의 바람이 부는 하늘로부터,
생명의 원질이 불어 와서 나를 자아냈다.
지금 나는 이곳에 있다.

......이제 - 숨결이 한 번 스치는 동안 나는 기다리고
아직 흩어지지는 않는다 -
나의 손을 잡고 말해 보라.
그대 마음속에 있는 것을.


단편의 원래 제목은 For a Breath I Tarry로, A.E. Housman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약간만 발췌했고, 원문은 여기서, 번역은 적절히 네이버 검색으로 찾으면 볼 수 있다.

신들의 사회는 역시 SF로, 먼 미래에 유전적 개발을 통해 '속성'과 '상'을 획득해서 신이 된 자 - 다른 행성으로 건너온 - 들과 똑같이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신들의 인간 - 이주한 행성에서 만들어낸 - 관리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실증적 종교를 바탕으로 한 지배시스템")에 반발하여 싸우는 샘=싯다르타=선각자=불타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써놓으면 당연히 이해가 안 될테지만 궁금하면 책을 읽어볼 것. 힌두교, 불교, 기독교(라지만 거의 안 나옴)의 신화적 요소와 철학이 적절히 섞여 있다. 육체 전이를 통한 환생 시스템이라던가, 원래 행성에 살던 원주민인 에너지 생명체 라카샤(그러니까 나찰)라던가 불교의 '열반'이라던가 하는 신화적 요소, 그리고 작중 자주 되풀이되는 이야기들.

"그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불을 보았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붉고, 양귀비와 같은 색깔을 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는 다른 색들이 춤추고 있다. 모양이 없지만, 물과 마찬가지로 어디를 향해서도 흘러간다. 따뜻하고, 여름의 태양 같지만, 그것보다도 따뜻하다. 그것은 잠시 동안 나무 조각 위에 존재하지만, 그 나무 조각은 뭔가에 먹힌 것처럼 곧 사라져 버리고, 검고 모래처럼 미세한 것을 남긴다. 나무가 없어지면 그것 또한 사라진다."

뭐 이런 것들. 사실 샘이 불교를 선택한 건이슬람은 힌두교랑 사이가 안 좋고, 기독교는 십자가에 못박히는게 아파서(....)지만 -_-;

앞의 콘래드가 콘래드라는 인간(개인)에 집중했다면, 신들의 사회는 보다 '신화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본질은 '혁명'에 가깝고, 주제를 한줄 요악하자면 'Q> 문명억제vs환경파괴? A> 일본을 공격한다.' 쯤 되겠지만 솔직히 너무 자주 보는 주제고 인간이 승리하는 것도 항상 있는 일이니까 이 쪽에 대해서는 별 감흥은 없고;

- 이걸 다 읽고 같은 작가의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단편집)을 읽는 중.


* 맨날 책 읽고 다 까먹는게 걸려서 조금이라도 길게 써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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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kalay 2008/10/29 00:10 # 답글

    맨날 책 읽고 다 까먹는게 걸려서
    ㅠㅠㅠ공감
  • Eneria 2008/10/30 01:49 #

    ㅠㅠ 근데 이건 책뿐만이 아님 ㅠㅠ
  • A강진 2008/10/29 20:42 # 답글

    그냥 쓰는것도 귀찮은데 독후감처럼 느껴져서 책 포스팅은 거의 안한다능
  • Eneria 2008/10/30 01:49 #

    독후감보다는 편하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쓰다 보면 독후감처럼 써지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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