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by Eneria

-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세 번째로 읽는 젤라즈니의 책이다. 총 17개의 단편 모음집으로, 자세한 감상은 힘드므로 보면서 메모한 내용을 적어 본다. 스포일러는 없다고 봐도 좋다.

1. 12월의 열쇠 : 단편들 중 가장 좋았다. (프로스트와 베타를 제외하고) 생각해보면 그냥 고양이 이미지(...)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일종의 창세신화 부류에 들어가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요약하자면 '신이 되는 이야기'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잉태되었지만, GMI 계약 옵션에 의거, 3.2-E, 한랭 행성종(알료날 거주를 위해 개조된), Y7<고양이 형태>로 태어난 쟈리 다크는, 그에게 거처를 보증해 주었던 이 우주 어느 곳에서도 살아가기에 적합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이것을 축복으로 볼지 저주로 볼지는 당신의 자유이다.

2.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 : 본격 낚시소설. (사전적 의미로) 공간적 배경은 금성, 주인공은 바다 속 거대한 물고기를 잡기 위한 미끼 담당으로, 아무래도 '노인과 바다'나 '모비딕'이 생각나는건 어쩔 수 없다. 소위 남성적 느낌(...) 이 강한 걸 보니 이게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젤라즈니의 마초성 (...)인가 싶기도 하고 -_-;;

3. 악마차 : 아마도 공포영화 '트럭'(제목이 확실히 기억이 안 난다)의 원작이거나 혹은 원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소설이라고 생각됨. 다만 시대를 미래로 바꾸고 차에 AI를 추가함으로써 '악마차가 된 이유'에 대한 근거를 만들었다.

4.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 그야말로 낚시소설 ㅠㅠ (통용되는 의미로) 여러모로 주인공이 나쁜놈.

"긴장을 풀고, 로카의 교리 전체가 명백히 구현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까?"
"뭐라고요?"
"로카의 춤을 보고 싶습니까?"
"오"
화성어의 빙빙 돌려 말하기와 복잡한 완곡 어법은 한국어를 능가할 정도였다.

5. 괴물과 처녀 : 한장짜리 단편. 장(掌)편이라고도 하던가? 소설과 게임속 NPC '산 제물을 바치는 마을사람들'이 떠오르지만 비늘 달린 걸 보면 아무래도 괴물이 어느쪽인가를 묻는 이야기겠지.

6. 이 죽음의 산에서 : 본격 등산소설. 이 것도 소위 젤라즈니의 마초성(..)이 드러나는 단편이긴 한데, 어떻게 보면 거대한 적과 맞서 승리와 여자(..)를 쟁취하는 전형적인 영웅담 같기도 하다.

이 행성에 처음으로 발자취를 남긴 사람은 조지 디젤이라는 사내였고, 곧 떠나갔다고 한다 - 현명한 친구다!

7. 수집열 : 이건 뭐 안습 ㅠㅠㅠㅠ 젤라즈니 개그는 여기서부터 시작. 디블deeble하기 위해 원자를 수집하는 돌과, 그 돌을 수집하려 하는 인간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8. 완만한 대왕들 : 젤라즈니 개그 #2. 지하 깊은 곳의 두 완만한 대왕에 대한 이야기로, 일부 판타지소설의 용이 가지는 느긋한 이미지가 잘 표현되어 있다. 근데 외국용도 게으르던가;

9. 폭풍의 이 순간 : 불사에 대한 이야기이긴 한데, 수단이 흥미롭다. 주인공은 지구로부터 수십 광년 (거리는 정확하지 않음) 떨어진 행성에서 태어나 수백년에 걸쳐 지구로 왔다가 다시 수백년에 걸쳐 돌아간 남자로, 돌아온 그가 만난 것은 증증증증증증증손자였다.....일단 이 단편집 중 가장 서글픈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10. 특별 전시품 : 젤라즈니 개그 #3. 스스로가 박물관의 전시품이 되려 하는 자의 이야기.

11. 성스러운 광기 : 시간 여행에 관련된 이야기이긴 한데, 주인공이 과대망상일지도 모르겠다. 여튼 로맨스 소설.

12. 코리다 : 본격 투우소설. 이것도 '입장 바꿔 생각해봐'인가? 아니면 단순히 분위기를 위해?

13. 사랑은 허수 : 신들의 사회와 비슷한 이야기다.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SF-판타지적으로 재해석한 단편인데, 결말이 눈에 보인다.

사고(思考)와 메커니즘은 전진해. 인간은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가지

14. 화이올리를 사랑한 남자 : 본격 무덤지기 이야기. 로맨스를 바탕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좀 섞었다.

15. 루시퍼 : 본격 수리소설. 결말과 시작이 이어져 있는 이야기다.

16. 프로스트와 베타 : 앞의 형식으로 쓰면 이건 본격 탐험소설인가? 역시 좋다. (...) 생략.

17.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 : 아서왕 이야기에서 등장인물을 따온 단편. 신화시절로부터 현대까지 살아남은 랜슬롯의 이야기로, 끝까지 보면 이것도 기사적 영웅담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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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앨제어 2008/11/19 13:30 # 답글

    늼늼.. 나도 이 책 읽고 싶어요.
    프로스트와 베타는 최고임. ㅠㅠ
    그나저나 저 용알들은 들어올때마다 쿡쿡 찔러는 보는데
    부화는 대체 언제 하나염?
  • Eneria 2008/11/26 00:19 #

    죽어서 다시시작. (...)
  • 귀우혁 2008/11/24 23:08 # 답글

    판갈 단편선이 본격적인 접수/입금을 시작하였습니다. 다음의 주소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주십시요
    감사합니다 (__)

    http://qewoohyuk.egloos.com/3988459
  • electricfi 2009/01/18 03:32 # 삭제 답글

    오.... 의외로 우리나라엔 로저젤라즈니 팬이 많군요. 저는 폭풍 이 순간에를 가장 인상깊게 읽었어요. 그 아름다운 문장들이 너무도 인상 깊었죠. 깊은 고독과 기억에 관한 표현들은 메모를 해둘 정도에요. 그리고 프로스트와 베타는 최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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